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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에 웬 웹문예학과?
Why So Serious?

인문콘텐츠학부 국어국문학전공 오태영 교수

근대식 교육제도를 감안했을 때, 국어국문학과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 교육에 편제되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근대 국민국가의 성립 및 발전에 따라 민족성을 고취하고 민족문화를 창달하기 위한 일환으로 민족어와 민족문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대두되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전국의 4년제 대학에 국어국문학과가 개설되어 운영되어오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인류의 문화사적 기원 중 하나에 해당하는 그리스-로마 시대 이래 언어와 그것의 미적 결정체인 문학에 관한 학문적 탐구가 지속되어왔던 점을 고려했을 때, 국어국문학과는 대학 교육에서 필수적인 전공 분야로 안착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익히 아는 바처럼, 근대 세계 체제 이후 자국어와 자국문학에 대한 국민국가 단위의 교육 시스템은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를 구축하고 재생산하는 데 기여해왔다. 그리고 예술의 하위 장르인 문학은 미적 인간이 창조한 문화의 정수(精髓)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세기 말 전지구화의 움직임에 따라 국민국가를 단위로 구획된 경계를 넘는 정치경제적 실천들 속에서, 또한 개인주의 신화에 대한 해체, 폐쇄적 민족주의에 대한 회의, 주류화된 문자 미디어의 쇠퇴 등 근대문학 생산의 역사적 조건들의 변화 속에서, 국어국문학과는 심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 구조의 변동이 초래한 이른바 ‘인문학의 위기’라는 담론 속에서 증폭된 면이 컸다.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의 행위를 모두 신자유주의 체제하 자본의 논리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풍조 속에서 국어국문학은 인간에 관한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학문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해갔고, 그것은 경제적 효용성의 측면에서 무가치한 것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동시에 인문학의 사회적 수요의 증대에 따라 ‘국어’와 ‘국문학’은 속류화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의 제도로서 국어국문학과 또한 변화를 거듭해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실 그것은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어국문학과의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의 세부 학문 분야는 미디어론, 표상론, 문화연구 등 신생 학문 분야와 접목해 새로운 교육 과정을 만들어왔지만, 여전히 그것들은 주류화된 담론과 정전화된 텍스트를 중심으로 해당 분야의 권위자에 의해 교수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중요하고 필요하다. 언어와 문학에 관한 학문적 탐구는 그 자체로 지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언어와 문학이 인간으로 하여금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회의하고, 그 너머를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국어국문학과라는 강고한 경계는 내파(內破)되어 새롭게 재편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가운데 기존의 주류화된 담론과 정전화된 텍스트는 의문시되고 해체되어야 할 것이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국어국문학전공을 웹문예학과로 개편한다고 했을 때, 대체적인 반응은 “웹문예학과가 뭐야?”, “대학이 애들 놀이터냐?” 등이었다. 아직 웹문예학에 대한 학문적 정의가 정립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웹문예라는 말이 떠올리는 웹툰, 웹소설, 웹드라마 등이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 교육의 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그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온당한 반응이다. 기존의 국어국문학과를 기준으로 한다면, 특히나 그러하다. 하지만 지금의 문화와 예술을 생산하고 수용하는 사람들에게 언어와 문학은 이른바 ‘정통’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국어의 과학적 우수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그것은 BTS의 노랫말을 통해 K-Pop에 열광하는 전 세계 아미(ARMY)들의 언어로 바뀌었다. 이광수의 『무정』의 문학사적 가치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금의 독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웹소설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 몰입한다.

물론 현재의 문화와 예술을 생산하거나 수용하는 조건이나 현상들만을 가지고 국어국문학전공을 웹문예학과로 개편하는 것의 정당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학문 분야는 미래 사회의 예측 속에서 개편되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휴먼 시대 이후 인간 삶의 조건과 사회 구조의 변동을 충실히 감안해야 한다. 우리가 국어국문학전공을 웹문예학과로 혁신하고자 하는 데 이러한 예측을 철두철미하게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인미답의 길에 발을 들여놓을까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모든 길은 첫 번째 여행자의 발걸음에 의해 비로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 웹 기반 문화예술을 선도할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터넷 미디어에 기초한 통국가적(trans-national)·다장르적(multi-genre) 문화와 예술을 학습하고 웹문예 전문 창작자를 육성하고자 하는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웹문예학과의 ‘불안한 도전’은 학문 분야로서의 ‘국어국문학’과 제도권 대학 교육으로서의 ‘국어국문학과’를 혁신하는 첫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