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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회계세무학전공교육, 어떻게(how) 나아갈 것인가?”
(전공능력기반 전공교육과정 인증제도 참여 학부(전공) 후기)

경영학부 회계학전공 백정한 교수

현대 사회는 대학교육의 가치가 기존의 이론적 성취에서 벗어나 실무적 효용을 나타낼 수 있을 때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사실 학부 수준의 회계학 강의는 지극히 실무 지향적이다. 재무회계는 2011년 이후 우리나라의 모든 상장 기업이 재무제표 작성 시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학습하며, 세무회계는 국내의 모든 개인과 법인이 지켜야 할 현행 세법에 대해 논의하고, 관리회계는 다수의 제조 기업에서 여전히 사용하는 원가계산방법과 의사결정모형에 대해 학습한다. 산업현장에서 회계학 전공자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이러한 전공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 판단한다. 다수의 본교 재학생들 역시 재무 및 회계 관련 분야에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여지나, 해당 직종이 요구하는 전공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은 전공교원들을 고민스럽게 한다.

[그림] 산업체 중요도와 재학생 진단결과 간 갭(Gap) 분석
출처 : 경영학부 전공교육과정 개발보고서(2020)

구체적으로 [그림]은 산업체 종사자들이 생각하는 경영학전공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 중요도와 재학생이 스스로 생각하는 각 능력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지표 사이의 괴리도(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높으나 학업성취도가 낮은)가 큰 항목들은 모두 회계와 관련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학생들 스스로가 회계와 관련된 전공능력에서 본인의 성취도를 매우 낮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계학전공은 이러한 괴리를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전공능력기반 전공교육과정 인증제’에 참여하였다.

회계세무학전공이 전공인증제에 참여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강의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회계학의 범용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소 규모의 사업체로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회계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각 기업의 회계 인력에게 요구되는 전공지식의 수준은 상이하다. 회계학 교육 역시 이와 비슷하다. 전문계 고교 및 전문대학에서부터 상위권 대학까지 회계학전공을 두고 있지만 이들의 교육수준은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전공의 난이도는 어디인가?¹ 학생들이 너무 어렵게 느껴 포기하지도 않으면서도 지적호기심을 자극하여 학습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전공 교수님들과 많은 논의를 거듭하였으며, 전체 교원이 납득할 수 있는 적정 난이도를 찾고자 하였다.

회계세무학전공에서 합의된 전공교육의 수준은 [그림]에서 나타난 괴리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 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유도하며 학습된 전공능력이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전공학습을 통해 배양해야 할 능력을 4가지로 설정·정의하고, 각 능력과 관련성이 높은 진출분야를 매칭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달성해야 할 목표를 명확하게 하였다. 또한, 각 전공능력별 대표교과를 선정하여 해당 능력의 성취도를 평가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자 하였으며 일률적인 지필고사 방식의 평가방법을 지양하는 한편, 각 평가도구 별 채점기준을 명문화하여 객관적으로 전공능력 성취도를 다양한 관점으로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이는 지필고사를 통해 파악하기 어려운 성취도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하였다. 나아가 학생 스스로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자가진단을 실시함으로써 교수와 학생 간의 성취도에 대한 평가차이의 존재와 원인을 파악하고 이러한 간극을 질의응답 등을 통해 줄여나가고자 하였다. 궁극적으로 모든 전공교육의 과정을 통해 취업시장에서 활용되는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성취감을 가지게 하고 학습의욕을 고취하는 한편, 학생의 역량에 대한 주관적·객관적 평가가 일치할 수 있게 하였다.

현재까지는 ‘전공능력기반 전공교육과정 인증제도’의 참여로 인한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이나 학습 동기부여를 구체적으로 체감하기에는 비대면 강의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교원들이 매 학기 혹은 매년 전공 커리큘럼 및 교과별 강의내용이 합의된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였는지 고민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기회가 증가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특히, 교원들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이 강화되었다는 점은 향후 회계세무학전공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학생들의 졸업 이후에 전공 내용과 더불어 업무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스프레드시트 활용 능력 등의 실무와 직결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생산하고 경영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교과목을 신설하는² 등의 노력은 ‘전공능력 인증제’ 이후 사례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여 재학생들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고 해당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기본적인 교육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수많은 교수와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고뇌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의문 중 전공 교육은 다행히도 ‘무엇을?’ 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마련해두고 있으므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해결해도 된다는 점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특히 회계학과 같이 실무 지향적이며, 회계기준 및 세법 등과 같이 학습의 콘텐츠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전공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보다 두드러질 수 있다. 그러나 YouTube등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노하우(Know-How)가 개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해 주었으며, 기술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학생들은 이를 통해 배우고 학습하며 그들을 더욱 신뢰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전공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1) 전문계 고교 및 전문대학의 경우 장부기입을 주요하게 가르치는 교육을 실시하는 반면, 상위권 대학의 회계학전공에서는 공인회계사 및 세무사 배출을 목표로 하는 심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도 다수의 학생들이 공인회계사 및 공인세무사를 본인의 장래희망으로 삼고 있으나, 오랫동안 해당 자격시험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위권 대학과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2) 회계세무학전공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재무회계실무 캡스톤디자인’, ‘전산세무실무 캡스톤디자인’, ‘의사결정회계’ 등의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