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홍천(교육혁신처장)
2007년 1월 9일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세상에 내 놓은 아이폰은 정보화 시대에 가장 영향을 미친 21세기의 혁신중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과
전화기를 연결하고,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녹음기를 비롯해서 게임, 내비게이션, PDA, 계산기 등 다양한 어플들을 200그램에 불과한 단일 디바이스에서
실현 가능하도록 한 것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진보라고 평가되고 있다. ‘아이폰 쇼크(2007)’의 저자인 하야시 노부유키는 아이폰의 등장을 전화기의 혁명,
PC의 혁명이라고 한다.
아이폰의 등장은 뉴스의 생산과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9년 1월 15일 뉴욕의 허드슨 강에서 발생한 US 에어웨이즈 1549편의 추락 사고가 전 세계로
전파되는데 걸린 시간은 30분에 불과했다. 사고 당시 허드슨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있던 제니스 크럼스는 트위터에 “There's a plane in the
Hudson. I'm on the ferry going to pick up the people(허드슨 강에 비행기가 있다. 나는 구조하러 가는 배에
있다)”라는 투고했다.
그러나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려지는 아이폰을 이루는 기술 중에 애플이 새롭게 개발한 기술은 들어있지 않다. 윌리엄 더간 컬롬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잡스는 실제로
아무것도 만든 게 없어요. 기존의 기술 중에서 쓸만 한 것을 찾아, 새롭게 조합했을 뿐이죠. 잡스의 창의적 조합, 이것이 애플의 성공 비결입니다”라고 아이폰의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당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은 일본의 소니, 캐논 등이 가장 앞서 있었고, 휴대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술은 일본의 NTT의 아이모드가
가장 앞선 기술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이모드는 휴대전화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개시해, 메일작성과 인터넷 검색을 가능하게 했고, 지금은 보편화 되어
있는 동영상 통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들 기능은 지금의 스마트폰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기능들이다. MP3 플레이어는 한국의 벤처 기업 아리리버가
2004년 현재 전 세계 MP3P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선두를 달렸다. 휴대전화 시장을 높고 1위를 다투던 블렉베리와 일본의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은
사라지고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혁신으로 살아남은 것은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의 혁신에 시사점을 안겨준다.
혁신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을 융합하는 것을 통해서도 성취할 수 있다. 아이폰의 등장은 지식의 상호작용과 융합이야 말로
정보화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혁신의 방법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가 위치한 경주 지역은 융합을 위한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경주 지역은 현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클러스터, 현대 조선을
중심으로 조선 해양 클러스터, 포항을 중심으로 한 철강 에너지 산업이 인접해 있다. 이들 산업들은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전통 산업이지만, 지구 온난화와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을 위해서 클린 산업(clean industry)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국대는 천년 고도 경주라는 문화 컨텐츠 자원도 함께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은 외부 환경의 이점을 교육에 적용하기 위한 장치(트랜스미션)로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는 강의 계획서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 교육의
혁신은 새로운 무엇(교육 방법, 또는 내용)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왔다. 반면에 그 내용을 표준화하고 공유하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대학교육의 혁신은 교육의 혁신이 중심이고, 교육 혁신은 강의 계획서의 혁신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왜 이 수업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학생들에게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서 교육이 시작될 수 있다.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는 학생들이 갖춰야 할 6개의 핵심역량(Wisdom 역량)으로 체계화했다. 수업들이 핵심역량을 어떻게 내재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또 수업 형태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실시하고 있다. 이들 개별 작업을 융합해서 새로운 혁신으로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강의 계획서를 구축할 것이다. 거창한 시설 투자나, 현학적인 용어가 포함된 교육 모델을 내 놓는 것 보다는 융합을 통한 새로운 발전을 꾀하는 것이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높은 효율을 보이는 환경 친화적인 방법일 것이다.
기존의 방법을 진화(evolution) 시키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혁신(innovation)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캠퍼스 명칭(WISE)이
지향하는 방향이다.